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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 빈센트 반 고흐 6

Viva~La~Vida 2024. 2. 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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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마을, 프랑스 북중부 오베르 쉬르 우아즈

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 빈센트 반 고흐 1.2.3.4.5에 이어 다시 6편을 시작한다. 6에서 10까지는 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 기사 게재 편집일이 2022년 9월 24일이다. 우리들이 사랑했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은 많은 세월 속에서 우리와 함께했고 따뜻한 위로를 주었다. 헤럴드 경제지의 애독자로서 고흐의 작품과 함께 이원율 기자님과 편집자께 깊고 깊은 감사를 드리며 우리 생애 아름다운 기억들을 소장하기 위해 이 포스팅을 이어간다.

 

빈센트 반 고흐, 까마귀가 나는 밀밭(일부 확대)

 

편집자 주, 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 오베르 쉬르 우아즈 편

 

잠시 바람을 쐽니다. 의자를 밀어넣고 밖으로 갑니다. 글과 그림으로 다룬 미술사의 '현장'으로 직접 나섰습니다. 그곳에서 떠오른 화가와 그림,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곳의 분위기를 담은 사진도 함께 보냅니다. 현장의 공기와 함께 부치는 '미술 편지'입니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 빈센트 반 고흐 마을
프랑스 오베르 쉬르 우아즈 모습. 자료,사진/헤럴드 경제 이원율 기자

 

빈센트 반 고흐, 슬프은 왜 나한테만

주변이 온통 고흐(1853~1890)였다. 어딜 봐도 고흐의 그림이 떠올랐다. 야생화와 언덕, 흙과 담장 모두 캔버스에서 튀어나온 듯했다. 쏟아지는 햇살에선 노란색 물감이 튀길 기세였다. 이 정도 풍경이면 비쩍 마른 고흐가 불쑥 나타나도 놀라지 않았을 터였다. 프랑스 북중부에 있는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는 웬만한 곳은 걸어서 갈 수 있을 만큼 작은 마을이다. 특별할 게 없던 이곳은 고흐가 생을 마감한 데 따라 미술계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프랑스 오베르 쉬르 우아즈 모습(자킨의 고흐 조각상).

 

고흐, 고작2평 다락방에서 펑펑 울었다

이곳은 최후의 도시인 양 고요했다. 사람들은 느릿느릿 일상을 꾸려갔다. 낯선 여행객들 틈으로 무심하게 저마다 할 일을 했다. 두어 집의 창문에선 고소한 음식 향이 담긴 하얀 김이 올라왔다. 고흐 또한 무척이나 동경한 페르메이르의 정적인 델프트 그림 속에 와있는 듯했다. 파리 개선문에서 버스로 한 시간여를 달려온 이 마을은 모든 게 복잡하게 뒤엉키는 그 도시와는 다른 세계였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 빈센트 반 고흐 조각상
프랑스 오베르 쉬르 우아즈 모습(자킨의 고흐 조각상). 자료,사진-이원율 기자

 

프랑스 오베르 쉬르 우아즈, 고흐 마을

버스는 오베르 고흐 공원에서 멈췄다. 내리자마자 보이는 건 1961년 자킨이 만든 고흐 조각상이다. 실물 크기에 가까운 이 작품은 고흐를 과장해서 묘사했다. 표정은 어디에 홀린 양 퀭하다. 행색도 초췌하다. 화구를 촌스럽게 둘러멘 채 멍하니 선 모습이다. 청동상일 뿐이지만 비바람이 몰아치면 우산을 씌워주고 싶을 만큼 안쓰럽다.

 

고흐 조각상을 한참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진한 바람이 불었다. 꺽다리 나무와 풀이 일렁였다. 벽돌집과 돌담에 탄 담쟁이도 출렁였다. 제법 큰 새들이 하늘을 가로질렀다. 정말, 이 마을은 온통 고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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