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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 빈센트 반 고흐 2

Viva~La~Vida 2024. 1. 28.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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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문 앞에선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 빈센트 반 고흐 2편을 포스팅하면서, 한없는 행복감을 느낀다. 1편에서 5편으로 나누어 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편 한편을 곱씹으며, 느끼며, 그리운 사람, 빈센트 반 고흐를 특별히 오래오래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영원의 문 앞에 선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우리들의 삶에 행복을 준 시간들은 너무 많다. 그를 만나고 그를 간직하기 위해 이포스팅을 올리며 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 집필자에게 한없는 고마움과 감사함을 드린다.

빈센트 반 고흐 불꽃 같은 슬픔

그런데 그가 이곳까지 찾아올 줄은 몰랐다. 고흐는 애원하며 집 벽을 쾅쾅 두드렸다. "제발, 케이를 만나게 해 주세요." 그는 문을 열어준 삼촌 앞에서 울먹였다. 그 또한 울컥하는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있었다. 고흐는 고개를 이리저리 거칠게 돌렸다. 시선은 현관을 밝히는 램프 불꽃에서 멈췄다. "케이를 데려오지 않으면…." 고흐는 불꽃 앞으로 다가갔다. "제 손을 여기에 집어넣고 있겠어요.그녀가 나올 때까지 계속 그렇게 하고 있을 거예요.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
별이 빛나는 밤, 빈센트 반 고흐, 'Starry Night Over the Rhone'. 사진-헤럴드 경제

 

사랑의 열병에 빠진 빈센트 반 고흐

" 고흐는 슬픔과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 또한 억지라는 걸 알았지만, 이것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고흐는 누가 말릴 틈도 없이 불에 손을 넣었다. 고흐의 비명이 온 집안에 울렸다. 숨어있던 케이가 오기도 전, 고흐는 기절하고 말았다. 그는 케이를 다시 보지 못했다. 그는 이제 몸도, 마음도 피투성이였다.

가난한 사랑 빈센트 반 고흐

1882년 1월, 고흐는 헤이그의 골목길을 비틀대며 걷고 있었다. 그는 보풀이 잔뜩 묻은 외투 안으로 몸을 말아넣은 채 흐느적거렸다. 그의 그림자는 가난과 먼지 냄새를 폴폴 풍겼다. 고흐의 발걸음을 멈춘 곳은 술집이었다. 동전을 털어 한 잔만 더 걸치고 갈 생각이었다. 고흐는 거기서 또 거짓말처럼 사랑에 빠졌다. 바 테이블 구석에서 누군가 버린 술을 홀짝이려는 여인, 클라시나 마리아 시엔 호르니크였다. 줄인 이름으로 시엔이었다.

 

가난한 사랑 빈난로가의 여인 씨엔, 센트 반 고흐
가난한 사랑 난로가의 여인 씨엔, 빈센트 반 고흐, 'Woman (Sien) seated near the stove'. 사진-헤럴드 경제

 

빈센트 반 고흐 강렬한 찰나의 행복

그림이 풍기는 분위기 그대로 였다. "그녀도, 나도 불행한 사람이야. 그래서 함께 지내며 서로의 짐을 나눠 들고 있어. 그게 바로 불행을 행복으로 바꿔주고, 참을 수 없는 일을 참을 만하게 해주는 힘 아닐까? 그녀는 시엔이라고 해."

 

그 해 봄, 테오는 친형 고흐에게서 이런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그가 그린 그림도 한 장 받아볼 수 있었다. 무릎을 팔에 괸 채 얼굴을 묻고 있는 나체의 여자였다. 지저분한 머리카락, 거친 손발, 앙상한 팔다리의 여성이었다. 몸을 파는 거리의 여인임이 분명했다. 아랫배가 불룩한 걸 볼 때, 곧 출산을 앞둔 임신부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앙상한 풀와 밑동뿐인 나무에서 그녀가 지금 늙고, 지치고, 병든 상태라는 것 또한 예측할 수 있었다. 그림 밑에 쓰인 제목은'슬픔'이었다.

시엔은 고흐보다 한 살 많은 몸 파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다섯 살 딸을 데리고 다녔고, 또 누군가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 가난과 성병, 알코올 중독 등 상황도 썩 좋지 않았다. 고흐는 술집에서 처음 본 시엔을 자기 작업실로 데려왔다. 먹을 걸 주고, 잘 곳을 챙겨줬다. 그녀의 늙은 어머니와 어린 자식이 살 공간까지 내어줬다.

사랑을 사랑한 빈 센트 반 고흐

늘 그랬듯 고흐는 이번에도 진심이었다. 고흐는 사랑을 사랑했다. 무수한 종교책을 읽은 그는 이 감정만이 인류의 구원이라고 믿는 사내였다. 고흐는 길 잃은 고양이를 사랑하듯 시엔을 사랑해 보기로 했다. 시엔 또한 자기와 다를 바 없는 부랑자 같은 이 남자를 끌어안기로 했다.

 

사랑을 사랑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사랑을 사랑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 'Kneeling by a Cradle'. 사진-헤럴드 경제

 

행복한 순간들의 슬픔 빈센트 반 고흐

행복한 순간이었다. 고흐는 시엔을 두고 그림을 그렸다. 상상력이 부족한 시엔은 자세를 취하기에 다소 투박했다. 그래도 모델 고용비 한 푼 없는 고흐에게는 소중한 연습 상대였다. 고흐는 시엔이 낳은 아기도 봤다. 그는 자기 자식일 리 없는 아이에게 빌럼이라는 이름도 붙여줬다."사랑하는 그 여인이 아기가 잠든 요람 옆에 앉아 있었어. 내 마음에는 깊고 강렬한 감정이 밀려왔지."고흐가 테오에게 쓴 글이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사랑, 찬란한 순간은 길지 않았다

둘은 때때로 헤이그 근처 바닷가인 스헤베닝헨을 찾았다. 고흐는 모래사장에 철퍼덕 앉아 유화 작업을 했다. 시엔은 그런 그 옆에서 밀려오는 흰 파도를 봤다."빈센트, 나는 시엔은 종종 눈시울을 붉힌 채 속삭이듯 말했다."언젠가, 꼭 물에 빠져 죽어야만 해."고흐는 그럴 때마다 시엔을 안아줬다. 시엔은 그 품에서 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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